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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위한 술 한잔은 독... 불면증 유형별 치료 방법은?


국내 수면장애(불면증)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진료 인원은 약 109만 명으로 2018년 대비 28% 이상 늘었으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73.4%가 불면증을 경험한 적이 있을 만큼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불면증을 단순히 '잠을 못 자는 병'으로만 치부하기에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이 제각기 다르다. 자리에 누웠지만 잠들지 못해 괴로운 '입면장애'와, 잠은 들지만 새벽에 자꾸 깨는 '수면유지장애'는 엄연히 다른 특징을 보인다. 자신의 유형을 모른 채 무작정 수면제만 찾다가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권순모 원장(마음숲길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자문을 받아 불면증의 대표 유형의 원인을 분석하고, 유형별 치료법과 올바른 대처법을 짚어본다. 

잠 못 들고, 자꾸 깨고, 일찍 눈 뜨고… 불면증의 3가지 패턴
불면증은 수면의 기회가 충분함에도 잠들거나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상태를 통칭한다. 권순모 원장은 "불면증의 유형은 임상적으로 환자가 잠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시점으로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유형은 3가지다. 먼저 '입면장애'는 침대에 누워 잠들기까지 30분 이상 걸리는 상태를 말한다. 활동량이 많고 스트레스 노출이 잦은 청년 및 중년층에서 흔하며, 뇌가 이완되지 않아 생기는 '급성 불면증'의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다. 

반면 '수면유지장애'는 잠든 후 밤중에 자주 깨거나 다시 잠들기 어려운 상태다. 이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며, 노년층 불면증의 가장 핵심적인 증상이다. 본인이 원하는 시간보다 훨씬 일찍 잠에서 깨 다시 잠들지 못하는 '조기각성' 역시 넓은 범위에서 보면 수면유지장애의 한 패턴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유형들은 단독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방치할 경우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권 원장은 "처음에는 입면장애로 시작했더라도, 수개월 이상 지속되면 수면 구조 자체가 불안정해진다"며 "결국 뇌가 얕은 수면 상태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극에도 쉽게 깨는 수면유지장애가 동반되는 만성적인 형태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단순히 남들보다 잠이 늦게 드는 증상을 불면증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는 '수면위상지연증후군'으로, 생체 시계가 표준 시간보다 3~4시간 뒤로 밀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권 원장은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자신의 생체 리듬에 맞는 시간, 예를 들어 새벽 2~3시에 누웠을 때 빠르고 깊게 잠든다"며 "자고 싶지만 잠이 오지 않는 입면장애와 달리, 못 자는 것이 아니라 늦게 자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적' 압박은 뇌 각성, '신체 질환'은 숙면 방해
불면증은 심리적 요인과 신체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난다. 권순모 원장은 "심리적 요인은 많은 불면증 사례에서 가장 강력한 원인이자 증상을 지속시키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불안장애, 우울증, 일상적 스트레스 등이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뇌를 과각성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몸은 피곤해 녹초가 되었지만, 정작 뇌는 깨어 있어 잠들지 못하거나 얕은 잠만 자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심리적 문제 못지않게 신체적인 질환이 수면을 방해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를 간과하고 수면제만 복용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통증, 빈뇨, 역류성 식도염 등은 수면의 연속성을 파괴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수면무호흡증'이다. 권 원장은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자는 동안 기도가 막혀 숨을 멈추게 되는데, 이때 뇌는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스스로를 강제로 깨운다"며 "만약 원인 파악 없이 수면제를 복용하면, 약 기운이 호흡 근육을 더욱 이완시켜 무호흡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하지불안증후군 역시 다리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불쾌한 감각이 나타나 뇌를 각성시켜 수면을 방해한다"며 불면증 치료 시 반드시 신체적, 정신적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면증 유형 따라 '치료 목표' 달라… 약물 처방도 차별화
입면장애와 수면유지장애는 치료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처방되는 약물의 종류와 기전도 다르다. 입면장애는 잠들기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 목표이므로 효과가 즉각적이고 반감기가 짧은 약물을 주로 사용한다. 반면 수면유지장애는 수면의 끊김 없는 유지가 중요하므로 약효가 서서히 방출되거나, 뇌의 각성 체계를 안정시키는 약물이 처방된다. 

권순모 원장은 "지인이 처방 받은 수면제를 먹었는데 효과가 없다거나 너무 독하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이는 본인의 불면증 유형과 약의 성격이 맞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며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의 유형에 맞는 약물 처방을 받아야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년층의 경우 수면 변화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숙면 단계 중에서도 가장 깊은 잠인 '서파 수면'이 줄고 얕은 잠이 늘어나며,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하고 분비 시점이 앞당겨지는 등 생리적인 변화로 인해 수면유지장애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권 원장은 "노화로 인해 수면 양상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그로 인해 일상이 무너진다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며 "주간 피로감, 집중력 감소 등의 기능 저하가 있거나 밤에 4회 이상 깨는 등 심각한 수면 단절이 있다면 노년층 인지 기능 변화와 연관될 수 있어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억지로 눕기, 술 한 잔은 '최악'… 조기 치료로 만성화 막아
불면증은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생활 습관 교정이다. 입면장애 환자에게 가장 독이 되는 습관은 '졸리지 않아도 일단 누워서 잠을 청하는 것'이다. 권순모 원장은 "잠이 오지 않는데 침대에서 뒤척이며 괴로워하면 뇌는 침대를 '고민하는 장소'로 인식하게 된다. 잠이 안 오면 과감히 침대 밖으로 나와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하다가, 졸음이 쏟아질 때 침대로 들어가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면유지장애 환자에게는 '알코올 섭취'가 최악이다. 술을 마시면 몽롱해져 입면을 돕는 듯하지만, 대사 과정에서 반동 각성 현상을 일으켜 수면 중 뇌를 자주 깨게 만든다. 권 원장은 "숙면을 위해 마시는 술은 단 한 모금이라도 독이 된다. 수면의 연속성을 돕는 약물이나 보조제를 처방받는 것이 신체 및 수면 건강을 모두 지키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병원을 찾아야 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의학적으로는 DSM-5 기준에 근거해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일주일에 최소 3일 이상' 수면 어려움이 반복될 때를 만성 수면장애로 진단한다. 

권 원장은 "기간과 빈도가 충족되지 않더라도 낮 시간의 졸음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있거나 잠에 대한 극심한 공포로 일상이 마비될 정도라면 이미 심리적 각성이 위험 수위에 도달한 상태"라며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위험 신호가 나타난다면 만성화를 막기 위해 조기에 내원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